자료실
| |
|
해설
윗글은 조선 후기의 대학자 순암 안정복이 1782년에 지은 주련(柱聯)입니다. 그 서문에 이르기를, 세상이 쇠퇴하여 예의와 염치가 모두 없어져 사람들이 지조가 망가지고 명절(名節)이 손상되어도 조금도 걱정하지 않게 되었는데 자신도 자칫하면 그 흐름에 휩쓸려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선한 본심을 보전하지 못할까 두려워 이 글을 지어 스스로를 경계한다고 하였습니다. 온 세상이 점점 쇠퇴하는 데에 대한 깊은 탄식과 스스로 단속하여 변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이 엿보입니다.
풍속(風俗)이야 쉽게 변하는 것이지만 사군자(士君子)가 몸에 갖추고 있는 법(法)은 조금도 변함이 없습니다. 법은 본래 ‘변함없는 것[常]’입니다. 주위 풍속이 모두 변하여도 내가 준행하는 이 법은 변함이 없어야 합니다. 이제 여기서 더 나아가, 천지(天地)가 개벽하는 상황이 되더라도 대장부 마음속에 있는 한 치의 강철 같은 굳센 마음은 조금도 녹지 않습니다. 장구(長久)한 하늘과 땅마저 뒤집혀 완전히 바뀌었는데도 그 마음은 변함이 없으니 과연 강철과 같다고 하겠습니다. 변하는 것은 모두 그 수가 많고 규모가 큰 것들인데, 변하지 않는 것은 석 자, 한 치의 작은 것들입니다. 이러한 대조적인 표현을 통해서 지금까지 지켜온 마음가짐을 결코 바꾸지 않겠다는 순암의 결연한 다짐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납니다.
시간이 지나면 세상은 변합니다. 아름다운 물건도 추해지고 깨끗한 사물도 더러워집니다. 물론 그 반대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, 아쉽게도 세상에는 선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악하고 추한 것으로 바뀌는 경우가 더 많은 듯합니다.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. 본래 성실했던 사람이 게을러지기도 하고, 선량했던 사람이 악독해지기도 합니다. 그래서 어떤 일을 시작할 때는 늘 처음의 마음가짐을 잊지 말라고 당부합니다. 또 누군가를 시종 한결같다고 평가하는 것은 굉장한 칭찬이 됩니다. 변함없이 처음의 마음가짐을 지키기란 그만큼 어려운 일입니다.
이 주련을 썼을 때 순암은 71세의 고령이었습니다. 노년에 자신의 혈기가 쇠함에 따라 지기(志氣) 역시 꺾이게 될까 걱정되어 이 글을 썼다고 합니다. 노성한 대학자의 각오가 이제 막 학문을 시작한 젊은 학자의 자신감 넘치는 기상 못지 않습니다. 노년이 되어서도 스스로 지켜온 가치와 마음가짐을 변치 않겠다는 그의 결심은 보는 사람의 마음 또한 강하게 만듭니다.
|
게시물수정
게시물 수정을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.
댓글삭제게시물삭제
게시물 삭제를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.